카르다노 8주년 - 제1편
Ilhun @CryptoVeri
2025년 10월 4일
철학에서 프로토콜로: 신뢰를 설계한 사람들
2025년 9월 23일, 카르다노(Cardano)는 블록체인 역사 속에서 여덟 번째 생일을 맞이했습니다. 2017년 첫 메인넷이 가동되며 제네시스 블록이 생성된 이후, 수많은 프로젝트들이 흥망을 거듭하는 동안, 카르다노는 조용하지만 꾸준히, 그리고 철저하게 자신만의 길을 걸어왔습니다.
이 시리즈의 첫 번째 편에서는 카르다노가 어떻게 시작되었는가, 그리고 어떤 철학 위에서 그 길을 걸어왔는가를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1. 철학이 씨앗이 되다
2015년, 찰스 호스킨슨(Charles Hoskinson)과 제레미 우드(Jeremy Wood)는 “신뢰 없는 신뢰(trustless trust)”라는 역설적인 개념을 실제 시스템으로 구현하고자 했습니다. 그들은 단순히 ‘더 빠른 블록체인’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검증과 증명으로 신뢰를 대체하는 시스템, 즉 “수학적으로 보장된 탈중앙화”를 꿈꾸었습니다.
이 철학은 곧 ‘연구 중심 블록체인’이라는 형태로 구체화되었습니다. 그리고 2017년 9월, 첫 블록이 채굴되며 카르다노 메인넷이 정식으로 세상에 등장했습니다. 이날이 바로 우리가 오늘 기념하는 카르다노의 시작점입니다.
2. 과학으로 설계된 신뢰
대부분의 블록체인 프로젝트가 시장 속도를 우선시할 때, 카르다노는 “검증 가능한 설계(formal verification)”라는 느리지만 견고한 길을 택했습니다.
카르다노의 핵심 합의 알고리즘인 Ouroboros(우로보로스)는 세계 최초로 수학적 증명을 기반으로 한 지분증명(PoS) 프로토콜로, 2017년 IOHK(현재 IOG)가 발표한 연구 논문을 통해 공식화되었습니다. 이 논문은 비트코인의 작업증명(PoW)과 동등한 보안성을 가지면서도, 에너지 효율적인 새로운 합의 방식을 제시했습니다.
이 철학은 언어 선택에도 드러납니다. 카르다노는 Haskell이라는 함수형 프로그래밍 언어를 사용합니다. 이는 금융 시스템처럼 복잡한 연산 환경에서도 안정성을 극대화할 수 있게 해주며, 논리적 검증이 가능한 구조를 만들어 줍니다.
즉, 카르다노는 “빠름”보다 “확실함”을 선택했습니다. 이것이 그들의 철학이었고, 지금도 여전히 유효한 신념입니다.
3. 다섯 단계의 성장: Byron → Shelley → Goguen → Basho → Voltaire
카르다노의 여정은 단순히 기능이 추가되는 흐름이 아니라, 철학이 점점 현실 체계로 전환되는 서사입니다. 이제 우리는 Byron부터 시작하여, Shelley, Goguen을 거쳐, Basho와 Voltaire에 이르는 흐름을 따라가 보겠습니다.
3.1 Byron: 토대의 설계 (Foundation)
먼저, Byron 시대는 카르다노의 출발점이었습니다. 2017년 9월 메인넷이 출범하며 ADA 토큰이 유통되기 시작했고, 초기 지갑(예: Daedalus, Yoroi), 블록 탐색기(Block Explorer), 기초 노드 구조 등이 구축되었습니다. 당시 네트워크는 연합(federated) 노드 구조를 포함하고 있었고, 완전한 탈중앙화는 아직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이 시기는 “기술적 기반을 안정시키고 초기 사용자 기반을 확보하는 단계”였습니다.
Byron 단계는 마치 땅을 고르고 기초를 다지는 일과 같습니다. 이 위에 흔들림 없는 구조를 세우지 못하면 이후 큰 건물도 무너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3.2 Shelley: 탈중앙화의 실현 (Decentralization)
Byron 이후 이어진 Shelley 시대는, 카르다노가 진정한 탈중앙화를 향해 나아간 전환의 시기였습니다. Shelley 하드포크는 노드 운영 책임을 중앙 축에서 커뮤니티에게 점진적으로 이전하는 과정이었습니다. ADA 보유자에게는 스테이킹(Staking)과 위임(Delegation)의 길이 열렸고, 스테이크풀 운영자가 등장하면서 네트워크 검증 참여가 분산되었습니다.
이 과정에는 기술적 준비와 점진적 전환 전략이 병행되었습니다. Byron–Shelley 전환 프레임워크(Byron-Shelley transition framework)를 통해, 기존 노드와 새로운 노드가 혼재하는 환경에서 무중단 전환을 도모했으며, 이 과정에서 노드 간 호환성 유지, 체인 동기화, 메모리 구조 및 네트워크 계층 개선 등이 이루어졌습니다.
Shelley가 완성될 즈음에는 카르다노는 “50~100배 더 분산화된 네트워크” 수준을 지향하게 되었고, 인센티브 구조가 안정화되며 약 1,000개 수준의 스테이크풀이 균형 상태를 목표로 설계되었습니다.
이 시기는, 카르다노가 단순한 기술 프로젝트에서 사람 중심 네트워크로 진화하는 첫 열쇠였습니다.
3.3 Goguen: 응용의 문을 열다 (Smart Contracts & Multi-Asset)
Shelley 이후 카르다노는 더 이상 거래 중심 블록체인이 아니라, 응용 플랫폼으로 도약해야 했습니다. 이 역할을 담당한 것이 Goguen 시대입니다.
Goguen 단계의 핵심은 스마트 컨트랙트와 토큰 발행, 즉 Plutus / Marlowe 언어 도입과 네이티브 자산 지원이었습니다. 이로써 개발자는 단순 전송을 넘어서, 디앱(DApp), 금융 계약, NFT 등의 복합 로직을 체인 위에서 실행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특히 2021년 Alonzo 하드포크는 Goguen 기능을 본격 실현한 마일스톤으로, 카르다노 네트워크 위에서 스마트 컨트랙트를 실행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했습니다.
Goguen은 단순히 기능을 추가하는 것이 아니라, 플랫폼으로서의 확장 가능성을 여는 시기였습니다. 토큰 발행은 다중 자산(multi-asset) 구조를 가능하게 했고, 이를 통해 NFT, 스테이블코인, 기타 디지털 자산들이 카르다노 위에서 직접 구현될 수 있게 되었습니다.
3.4 Basho: 확장성과 최적화의 시대 (Scaling & Interoperability)
Goguen 이후, 카르다노는 응용 기능을 담을 확장성과 상호운용성의 과제에 직면했습니다. 바로 이 부분을 다루는 것이 Basho 시대입니다.
Basho는 네트워크 성능을 개선하고, 더 많은 트래픽과 복잡한 애플리케이션을 수용할 수 있도록 통로를 넓히는 시기입니다. 이 시기 개발의 주요 화두는 Hydra, 사이드체인(sidechains), 성능 최적화입니다.
Hydra는 레이어2 구조로, 병렬 처리 가능한 ‘헤드(head)’를 여러 개 운용해 트랜잭션 처리량과 응답 속도를 개선하려는 기술입니다. 실제 Hydra 개발팀은 헤드 구조, 상태 동기화, 오류 복구 등 여러 문제를 순차적으로 다루고 있으며, 2025년 기준 개발 리포트에서도 Hydra 관련 개선 내용이 지속 보고되고 있습니다.
또한 Basho 단계에서는 사이드체인 기술과 상호 블록체인 간 연결성(interoperability)도 중요한 축입니다. 사이드체인을 통해 메인 체인 외부에서 처리되는 작업을 분리하고, 메인 체인의 부담을 줄이는 전략이 강조되고 있습니다.
Basho는 마치 고속도로를 확장하는 시기와 같습니다. 응용들이 자유롭게 오가도록 도로망을 넓히고 병목 구간을 제거하는 작업이 주가 됩니다.
3.5 Voltaire: 자율과 거버넌스의 완성 (Governance & Treasury)
마지막 단계인 Voltaire는 “자율 운영 가능한 생태계”를 목표로 합니다. 카르다노의 미래는 단순히 기술 구조가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커뮤니티 중심 거버넌스가 온전히 작동하는 시스템에 달려 있습니다.
Voltaire 시대의 핵심은 온체인 거버넌스(voting & proposals)와 트레저리(treasury) 시스템입니다. ADA 소유자는 네트워크 개선 제안(CIP: Cardano Improvement Proposal)을 제출하고, 투표하여 승인된 제안에 자금을 배분할 수 있게 됩니다. 이를 통해 네트워크의 진화 방향을 커뮤니티가 주도하게 됩니다.
Voltaire는 또한 수수료 일부를 트레저리에 적립해, 네트워크 발전 비용을 커뮤니티가 자체적으로 부담할 수 있게 하는 구조를 포함합니다.
카르다노 공식 로드맵은 Voltaire를 “네트워크가 완전한 자율 시스템(self-sustaining system)”으로 진입하도록 만드는 마지막 퍼즐 조각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Voltaire는 결국 사용자의 참여와 선택으로 네트워크가 스스로 성장하고 진화하는 시대를 여는 단계입니다.
4. 사람 중심의 네트워크
기술은 수단일 뿐이었습니다. Shelley 이후, 카르다노는 기술 중심에서 사람 중심 네트워크로 나아갔습니다.
스테이크풀 운영자(SPO), 위임자, 개발자, 투표자는 모두 하나의 공동체를 이루며 네트워크를 함께 유지합니다. 이는 “탈중앙화는 기술이 아니라 참여의 문제”라는 카르다노의 신념이 구현된 순간이었습니다.
5. 제1편을 마치며
카르다노의 첫 여정은 ‘철학이 구조가 되는 시간’이었습니다. 연구에서 코드로, 코드에서 네트워크로, 그리고 네트워크에서 공동체로 이어지는 흐름 속에서 카르다노는 이상을 실험이 아닌 현실로 만들어왔습니다.
다음 편에서는 그 철학 위에 세워진 생태계, 그리고 앞으로의 10년을 향한 기술적·사회적 비전을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