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르다노 8주년 - 제2편
Ilhun @CryptoVeri
2025년 10월 26일
기술에서 생태계로: 신뢰의 미래를 설계하다
1. 들어가며 — ‘조용한 개척자’의 속도감
카르다노의 지난 8년은 폭발적 속도의 이야기가 아니라, 정교하게 설계된 진화의 서사였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등장해 세상을 흔드는 스타트업 신화와 달리, 카르다노는 여러 번의 설계·검증·테스트를 거쳐 ‘천천히 그러나 확실하게’ 핵심을 쌓아 올렸습니다. 그 결과로 얻은 것은 단순한 안정성만이 아니라, 확장 가능하면서도 검증 가능한 시스템을 향한 발판이었습니다.
아래 내용에서는 그 발판 위에서 2024년과 2025년에 가시화된 최신 기술 흐름과 생태계 변화를 스토리로 엮어 보았습니다.
2. 프로토콜의 다음 장: Ouroboros → Peras
우리가 보낸 작은 거래가 몇 초 내에 ‘사실(fact)’로 확정되어, 상대가 더 이상 불안해하지 않는 세상을 상상해 볼 수 있습니다. 카르다노가 지향한 것은 바로 이런 신속한 확정성(fast finality)의 개선입니다.
Ouroboros 계열은 처음부터 ‘수학적으로 보장 가능한 PoS’라는 목표를 안고 진화해 왔습니다. 그 연장선에서 2024–2025년에 본격적으로 제시된 Ouroboros Peras는 ‘트랜잭션 확정(settlement) 시간 단축’과 ‘빠른 합의 확정성’을 핵심 목표로 합니다. Peras는 투표 기반의 체인 선택 메커니즘과 증명(certificate) 체계를 도입하여, 트랜잭션이 사용자에게 더 빨리 ‘확정’으로 보이게끔 만드는 여러 설계적 변화를 포함합니다. 이 변화는 단순한 알고리즘 업그레이드가 아니라, 사용자 경험(UX)과 응용 서비스의 실용성에 직접 연결되는 진화입니다.
3. ‘레이어2의 현실화’—Hydra의 서사
확장성 문제는 모든 블록체인이 맞닥뜨리는 현실적 난제입니다. 카르다노는 이를 단일 해법이 아니라 다층적 전략으로 해결하려 하고 있습니다. 그 중심에 Hydra가 있습니다.
우리는 다음과 같이 상상해볼 수 있습니다. 큰 강(메인체인) 하나만으로 모든 배를 띄우면 정체가 생기지만, 여러 작은 수로(헤드)를 추가하면 배들이 병렬로 흐를 수 있습니다. Hydra는 바로 그런 ‘여러 헤드 병렬 처리’ 전략을 통해 초당 처리량을 획기적으로 높이려는 시도입니다.
2025년 중·하반기 개발 리포트는 Hydra 헤드의 운영 안정성, 헤드 종료 시 보증금 회수 메커니즘, 체인 동기화(체인과 헤드 간 스테이트 유지) 개선 등 실무적·운영적 문제 해결에 초점을 맞춘 진전 사항을 보고하고 있습니다. 이는 이론적 개념에서 실전 운영으로 옮겨가는 과정의 중요한 신호입니다.
4. ‘가벼운 노드’의 시대 — Mithril의 의미
블록체인의 진정한 보급은 ‘누구나 쉽게 참여할 수 있는 구조’에서 옵니다. 전체 체인의 모든 기록을 내려받아야만 신뢰할 수 있는 시스템이라면, 참여의 문턱은 높습니다. 여기서 등장한 것이 Mithril입니다.
Mithril은 스테이크 기반의 멀티시그(quorum signature)를 이용해 블록체인 상태의 ‘신뢰 가능한 스냅샷’을 빠르게 인증할 수 있게 합니다. 결과적으로, 새로운 노드나 라이트 클라이언트는 전체 체인을 내려받지 않고도 안전하게 현재 스테이트를 검증할 수 있습니다. 2025년 Mithril 공개·배포 관련 문서는 ‘경량 접근(lightweight access)’을 실현해 사용자·앱·경량 노드의 온보딩 비용을 낮추는 핵심 기술로서 Mithril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는 카르다노 생태계의 참여 문턱을 실질적으로 낮추는 기술적 진전입니다.
5. 응용의 확대: 디파이·NFT·ID에서 ‘현실의 문제’로
프로토콜과 레이어2가 준비되는 사이, 응용층은 조용히 성숙해 왔습니다. DeFi(대출·차입·DEX), NFT, 디지털 신원(DID) 등 다양한 프로젝트가 실사용 사례들을 향해 움직여왔습니다.
특히 2025년 상반기 보고서는 몇몇 DeFi 프로토콜의 사용자·수익 지표가 급성장했고, 네이티브 토큰 발행 활동도 활발하다고 요약합니다. 이러한 ‘응용의 증거’는 기술 로드맵의 의도가 실제로 수요를 불러일으키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6. 거버넌스의 현실 구현: Chang → Voltaire → Catalyst의 진화
카르다노의 마지막 퍼즐은 기술이 아니라 누가, 어떻게 결정을 내리는가였습니다. Chang 업그레이드는 Voltaire 시대의 본격적 출발을 알리는 중요한 전환점으로, 온체인 거버넌스와 트레저리(자금조달) 구조로의 이행을 가속화했습니다. 이는 “프로토콜이 커뮤니티에 의해 자신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메커니즘”을 현실로 만드는 작업이었습니다.
그 한가운데에 Project Catalyst가 있습니다. Catalyst는 수년간 ‘아이디어 제안 → 커뮤니티 평가 → 투표·펀딩’의 과정을 운영하며, 실험적 민주주의를 체현해 왔습니다. Fund14와 같은 최신 펀드 라운드는 커뮤니티 주도의 자금 배분이 실제로 생태계 프로젝트를 촉발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선정 결과 및 지원 규모는 공식 Fund 페이지 참조). 이는 단순한 ‘투표 도구’가 아니라, 현실적 자금·실행의 연결고리입니다.
7. ‘조각들이 모여 하나의 그림이 될 때’ — 통합의 과제
지금까지의 기술 진화는 여러 ‘조각’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Peras(빠른 확정성), Hydra(레이어2 확장), Mithril(경량 검증), Plutus/eUTxO(응용 신뢰성), Chang/Voltaire(Catalyst 포함한 거버넌스) — 이 모든 조각이 맞물려야 비로소 “실용적이고 자율적인 신뢰 인프라”가 완성됩니다.
각 조각은 독자적으로는 의미가 있지만, 진정한 가치는 상호작용에서 나옵니다. 예를 들어 Hydra가 높은 처리량을 제공하더라도, 경량 노드(Mithril)가 없다면 작은 참여자는 혜택을 보기 어렵습니다. 반대로 Mithril이 있다 하더라도, 온체인 거버넌스가 없다면 생태계의 방향성은 외부에 좌우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카르다노의 다음 단계는 ‘조각들 간의 실전적 통합’입니다.
8. 결말 — ‘실험’에서 ‘인프라’로
카르다노는 이제 더 이상 실험실 속 프로토콜만이 아닙니다.
기술적 진전(Peras·Hydra·Mithril), 응용의 증거(DeFi·NFT·ID), 그리고 커뮤니티 주도의 자금·거버넌스(Catalyst·Chang/Voltaire)는 함께 모여 실제 작동하는 신뢰 인프라를 향해 나아가고 있습니다.
물론 과제는 남아 있습니다. 확장 기술의 안정적 상용화, 상호운용성 확보, 규제 환경과의 조율, 그리고 무엇보다 사용자 경험 개선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지금의 모멘텀은 ‘가능성’에서 ‘현실’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