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dnight은 무엇이 다른가: ‘합리적 프라이버시’와 스마트 컴플라이언스

Midnight은 무엇이 다른가

– ‘합리적 프라이버시’와 스마트 컴플라이언스의 탄생

블록체인이 일상이 되기 어렵다는 이야기를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프라이버시라는 단어에 도달하게 됩니다. 그러나 이 단어는 종종 오해를 동반합니다. 프라이버시는 무언가를 숨기려는 의도로 받아들여지거나, 투명성과 반대편에 놓인 가치처럼 이야기되기도 합니다.

미드나잇(Midnight)은 바로 이 지점에서 기존의 질문을 다시 던집니다. 프라이버시는 정말 숨김의 문제일까. 아니면 선택의 문제일까. 그리고 이 선택을 기술적으로 구현할 수 있다면, 블록체인의 역할은 어떻게 달라질 수 있을까. 이번 글에서는 미드나잇이 제시하는 ‘합리적 프라이버시’와 ‘스마트 컴플라이언스’라는 개념을 통해, 이 질문을 차분히 살펴보고자 합니다.


합리적 프라이버시란 무엇인가

합리적 프라이버시(Rational Privacy)는 모든 정보를 숨기거나, 반대로 모든 정보를 공개하자는 주장이 아닙니다. 이 개념이 전제하는 것은 훨씬 단순합니다. 필요한 정보만 공개하고, 나머지는 공개하지 않을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우리는 이미 일상에서 이런 방식을 자연스럽게 사용하고 있습니다. 누군가에게 내 신분을 증명해야 할 때, 주민등록번호 전체를 읽어주지 않습니다. 성인임을 증명할 때도 생년월일 전체가 아니라, ‘법적 기준을 충족한다’는 사실만이 중요합니다. 즉, 사회는 이미 ‘모든 정보의 공개’가 아니라, ‘조건의 충족’을 중심으로 작동하고 있습니다.

미드나잇이 말하는 합리적 프라이버시는 이러한 사회적 작동 방식을 디지털 환경, 특히 블록체인 위로 가져오려는 시도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정보 자체보다 증명 가능한 사실에 초점을 맞추는 접근입니다.


이와 함께 등장하는 개념이 스마트 컴플라이언스(Smart Compliance)입니다. 이 용어는 종종 오해를 낳습니다. 마치 규제를 기술이 대신 집행하거나, 법을 코드로 완전히 대체하는 것처럼 들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미드나잇이 사용하는 스마트 컴플라이언스의 의미는 그와 다릅니다.

스마트 컴플라이언스란, 법과 규제가 요구하는 조건을 정보를 노출하지 않고도 충족했음을 증명할 수 있도록 설계된 구조를 의미합니다. 규제의 판단 주체가 사라지는 것도 아니고, 법적 책임이 자동화되는 것도 아닙니다. 다만, 규제가 요구하는 최소한의 요건을 기술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길을 여는 것입니다.

이 접근은 블록체인이 규제와 대립해야만 한다는 오래된 구도를 재검토하게 만듭니다. 기술과 제도는 반드시 충돌하는 존재가 아니라, 서로의 한계를 보완할 수도 있다는 관점입니다.


이러한 구조를 가능하게 하는 핵심 도구 중 하나가 영지식증명, 즉 ZKP입니다. ZKP는 흔히 고급 암호 기술로 소개되며, 복잡한 수식과 알고리즘의 영역으로 여겨집니다. 그러나 미드나잇의 맥락에서 ZKP는 단순한 기술 요소를 넘어, 사회적 장치에 가깝게 설명됩니다.

ZKP의 핵심은 간단합니다. 어떤 사실이 참이라는 것을 증명하되, 그 사실을 구성하는 정보는 공개하지 않는 것입니다. 이 방식은 이미 우리가 익숙하게 사용하는 사회적 규칙과 닮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술집에서 나이 확인을 할 때를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점원에게 주민등록증을 보여주지만, 점원이 관심을 갖는 것은 주소나 주민등록번호가 아니라 ‘법적으로 술을 마실 수 있는 나이인가’라는 조건입니다. 이상적인 상황이라면, 그 조건만 확인되고 나머지 정보는 굳이 노출되지 않아도 됩니다.

세금 문제도 마찬가지입니다. 정부는 개인의 모든 금융 거래를 실시간으로 들여다보는 것이 아니라, 세금 납부 의무가 제대로 이행되었는지를 확인합니다. 기업의 KYC 절차 역시 모든 정보를 무제한으로 공개하기보다는, 규제가 요구하는 기준을 충족했는지를 확인하는 과정입니다.

ZKP는 이러한 사회적 관행을 디지털 시스템 안에서 구현할 수 있는 수단으로 설명됩니다.


이 지점에서 미드나잇의 정체성은 비교적 명확해집니다. 미드나잇은 단순한 프라이버시 보호 블록체인이 아닙니다. 모든 것을 숨기기 위한 네트워크도 아닙니다. 오히려 미드나잇은 프라이버시를 선택할 수 있게 만드는 블록체인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한 문장으로 정리하자면, 미드나잇은
정보를 공개하지 않으면서도 사회가 요구하는 신뢰와 규칙을 충족할 수 있도록 설계된 네트워크”입니다.

이 관점에서 프라이버시는 더 이상 투명성과 대립하는 개념이 아닙니다. 프라이버시는 숨김이 아니라, 어디까지 보여줄지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능력입니다.


다음 이야기로 이어지며

합리적 프라이버시와 스마트 컴플라이언스는 기술적인 혁신이기 이전에, 블록체인이 사회와 맺는 관계를 다시 설정하려는 시도입니다. 이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의 문제가 아니라, “어떤 사회를 전제로 기술을 설계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가깝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이러한 개념이 실제 사용자 경험과 시장 구조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지를 살펴볼 예정입니다. 의도(Intent)를 드러내지 않는 거래, 추상화된 사용자 경험, 그리고 기존 퍼블릭 환경에서 발생하던 구조적 문제들이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는지를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