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nchain 브릿지 해킹
2026년 7월 27일
2026년 7월, 카르다노(Cardano) 생태계는 한 달 사이 두 번째 보안 사고를 마주했습니다. 지난 6월 말 지갑 서비스 SecondFi에서 발생한 탈취 사건의 여진이 채 가라앉기도 전에, 이번에는 카르다노와 BNB체인을 연결하는 크로스체인 브릿지(Bridge, 서로 다른 블록체인 간 자산 이동을 중개하는 인프라)인 Wanchain에서 대규모 자산 탈취가 발생했습니다. 이번 사고의 피해 대상은 카르다노의 프라이버시 특화 파트너 체인인 미드나이트(Midnight)의 네이티브 토큰 NIGHT였습니다. 두 사건 모두 카르다노 레이어1(L1, 메인 블록체인 네트워크 자체) 프로토콜 자체의 결함은 아니었지만, 생태계 주변부 인프라의 보안 수준에 대한 우려를 다시 한 번 불러일으켰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Wanchain 브릿지 해킹의 경위와 기술적 원인, 미드나이트 네트워크에 미친 실제 영향, 그리고 시장의 반응을 순서대로 살펴보고, 후반부에서는 SecondFi 사건의 후속 소식과 EMURGO의 거버넌스 이탈 소식도 짚어보겠습니다.
사건 개요 — 8분 만에 벌어진 탈취
사고는 2026년 7월 20일에서 21일 사이 발생했습니다. BlockSec의 분석에 따르면 공격자는 카르다노 쪽 브릿지 잠금 주소(lock address)를 대상으로 4건의 트랜잭션을 연속으로 실행했고, 이 과정은 단 8분 만에 마무리되었습니다. 탈취된 물량은 약 5억 1,500만 개의 NIGHT 토큰으로, 이는 Wanchain이 카르다노 쪽에서 보유하고 있던 브릿지 준비금의 상당 부분에 해당하는 규모였습니다. 탈취 당시 시세 기준으로 피해 규모는 매체별로 1,000만 달러에서 1,300만 달러 사이로 추산되었습니다. 공격자는 탈취한 물량 중 상당 부분을 새로 생성한 지갑으로 분산시킨 뒤 카르다노 기반 탈중앙화 거래소(DEX)를 통해 매도했고, 이는 NIGHT 토큰의 가격 급락으로 직결되었습니다. Wanchain 측은 사고 인지 직후 해당 브릿지 경로의 운영을 잠정 중단하고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서명 재사용 취약점
보안 업체 BlockSec의 초기 분석에 따르면, 이번 사고의 원인은 브릿지의 검증 로직인 TreasuryCheck 컨트랙트에 존재하던 서명 인코딩 결함으로 지목되었습니다. 서명이 고유성을 보장하지 못하는 방식(non-injective signing)으로 인코딩되어 있었던 탓에, 공격자가 유효한 서명 데이터를 재구성하거나 재사용해 인증 절차를 우회할 수 있었던 것으로 파악됩니다. 이는 스마트 컨트랙트(Smart Contract, 조건이 충족되면 자동 실행되는 온체인 프로그램) 자체의 로직 결함이라기보다, 브릿지가 사용하는 서명 검증 방식의 설계상 허점에서 비롯된 문제로 분석됩니다. 다만 사고 발생 시점에서 Wanchain 측의 공식적인 기술 포스트모템(사후 분석 보고서)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으며, 정확한 취약점의 전모는 조사가 마무리된 이후 확인이 필요합니다.
브릿지 계층과 프로토콜 계층의 구분
이번 사고에서 가장 중요하게 짚어야 할 지점은, 탈취된 것이 미드나이트 네트워크 자체의 자산이 아니라 Wanchain이 관리하던 브릿지 준비금이었다는 사실입니다. 미드나이트 재단(Midnight Foundation)은 사고 인지 직후 공식 채널을 통해 이번 사건이 "Wanchain의 카르다노-BNB체인 브릿지 운영에 국한된 사안이며 미드나이트 네트워크 자체와는 무관하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미드나이트의 합의 프로토콜, 검증자(validator) 네트워크, 핵심 인프라는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점도 함께 강조했습니다.
다만 이는 곧바로 "래핑(wrapped)"된 NIGHT 토큰, 즉 BNB체인 위에서 유통되던 NIGHT의 담보 문제로 이어집니다. 브릿지형 자산은 원본 체인(이 경우 카르다노)에 잠긴 실물 자산을 담보로 다른 체인에서 동일한 가치의 토큰을 발행하는 구조인데, 담보 역할을 하던 카르다노 쪽 준비금이 탈취되면서 BNB체인에 유통되던 래핑 NIGHT 상당량이 사실상 무담보 상태에 놓이게 된 것입니다. 즉 미드나이트의 온체인 거버넌스 토큰이자 DUST(네트워크 트랜잭션 및 스마트 컨트랙트 실행에 쓰이는 자원) 생성의 기반이 되는 NIGHT 자체의 총발행량(24억 개 규모로 알려짐)에는 변화가 없지만, 브릿지를 통해 이동한 자산의 신뢰도에는 직접적인 타격이 발생한 셈입니다.
시장의 반응은 극명하게 갈렸습니다. NIGHT 토큰은 사고 발생 이후 하루 만에 30% 안팎 하락하며 사상 최저 수준까지 밀려났습니다. 반면 같은 날 ADA는 오히려 7% 넘게 상승하는 대조적인 흐름을 보였습니다. 이는 시장 참여자들이 이번 사고를 카르다노 L1 프로토콜의 문제가 아니라 제3자 브릿지 인프라에 국한된 사안으로 받아들였음을 시사합니다. 다만 온체인 데이터 분석 플랫폼 DeFiLlama 기준으로 카르다노 생태계 전체의 총 예치 자산(TVL)은 7월 1일 약 5억 1,200만 ADA에서 7월 21일 약 4억 700만 ADA로 한 달 새 상당폭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SecondFi와 Wanchain 두 사건이 겹치면서 생태계 전반의 자금 유입 심리가 위축된 결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브릿지 보안이라는 반복되는 숙제
크로스체인 브릿지는 업계 전반에서 반복적으로 공격의 표적이 되어 온 인프라입니다. 과거 Ronin 브릿지(약 6억 2,400만 달러 피해), Wormhole 브릿지(약 3억 2,600만 달러 피해) 등 대형 사고들이 대표적 사례로 꼽히며, 서로 다른 블록체인 간 메시지 검증과 자산 담보 관리라는 구조적 특성상 공격 표면이 넓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Wanchain 역시 다년간의 운영 이력을 보안성의 근거로 내세워 왔던 만큼, 이번 사고는 업계에 "오래된 브릿지도 예외가 아니다"라는 메시지를 남겼습니다. 카르다노 생태계 입장에서도 이번 사고는 자체 L1 프로토콜의 견고함과는 별개로, 생태계 확장을 위해 필수적인 크로스체인 연결 지점들의 보안 수준을 어떻게 끌어올릴 것인가라는 과제를 다시 한 번 부각시켰습니다.
SecondFi & EMURGO 사퇴 소식
Wanchain 사건에 앞서 지난 6월 발생한 SecondFi 지갑 탈취 사건도 이후 상황이 정리되고 있습니다. SecondFi는 취약점 패치에도 불구하고 서비스를 정상 재개하지 않고 영구 종료하기로 결정했으며, 향후에는 피해 자산 반환을 전담하는 팀으로 역할을 축소한다고 밝혔습니다. 자산 반환을 위한 지갑 익스포트 도구와 복구 포털은 8월 중 순차적으로 제공될 예정이지만, 실제 자산 반환 시점은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이와 맞물려, 카르다노 창립 3대 기관 중 하나인 EMURGO는 7월 초 카르다노의 5개 핵심 기관 협의체인 펜타드(Pentad, Input Output Global·카르다노 재단·미드나이트 재단·Intersect·EMURGO로 구성된 생태계 조율 그룹)에서 자진 사퇴한다고 발표했습니다. EMURGO는 SecondFi 자산 반환 작업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지만, 커뮤니티 일각에서는 EMURGO가 보유한 거버넌스 의결권과 제네시스 ADA 배정분의 처리 문제를 두고 이견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한 기업의 인사이동을 넘어, 카르다노 생태계의 거버넌스 구조 자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라는 점에서 계속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카르다노 생태계에 남긴 과제
한 달 사이 벌어진 두 건의 보안 사고는 각각 원인과 성격이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카르다노 L1 프로토콜 자체가 아니라 그 주변부의 애플리케이션·인프라 계층에서 발생했다는 특징을 갖습니다. 이는 한편으로는 카르다노 코어 프로토콜의 안정성이 유지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생태계가 성장하기 위해 필수적인 지갑·브릿지 같은 주변 인프라의 보안 수준을 끌어올리는 일이 시급한 과제로 남아 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여기에 EMURGO의 거버넌스 이탈까지 더해지며, 카르다노 커뮤니티는 기술적 신뢰 회복과 거버넌스 구조의 안정화라는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마주하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