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dano 재단의 Veridian은 왜 홀로서기를 택했는가

Cardano 재단에 대해 이야기할 때 대개는 기술 업그레이드, 거버넌스 투표, 혹은 학술 논문에 주목하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최근 재단은 매우 흥미롭고도 결단력 있는 행보를 보였습니다. 내부에서 수년간 인큐베이팅해 온 탈중앙화 신원증명 프로젝트인 Veridian을 공식적으로 분사하여 스위스에 독립 영리 법인으로 등록한 것입니다.

이들은 일반적인 벤처캐피털 투자 유치 방식을 따르지 않고, 이 스위스 신설 법인의 주식 대부분을 온체인으로 직접 이전하여 토큰화된 지분으로 전환했습니다. 이러한 일련의 시도는 Veridian을 완전한 독립 채산제 상업 법인으로 탈바꿈시켰을 뿐만 아니라, 커뮤니티가 오랫동안 준비해 온 CIP-0113 프로그래머블 토큰 표준을 실전 무대에 올리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Veridian은 무엇이며 왜 홀로서기를 택했는가

쉽게 말해 Veridian은 개인, 기업, 공공기관을 위한 ‘탈중앙화 신분증’ 시스템입니다.

하지만 기존의 흔한 탈중앙화 신원증명 프로젝트들과는 결이 다릅니다. 다수의 온체인 신원 솔루션이 사용자의 모든 정보와 상호작용 기록을 특정 단일 체인의 블록에 종속시키는 반면, Veridian은 KERI와 ACDC 프로토콜을 기반으로 구동됩니다. 핵심은 두 가지입니다:

  • 자신의 신원은 자신이 온전히 통제: 특정 퍼블릭 체인에 종속되어 구동할 필요가 없으므로, 해당 체인에 문제가 생겨도 자신의 신원 데이터가 소멸할 위험이 없습니다.

  • 철저한 프라이버시 보호: 영지식 증명과 유사한 메커니즘을 활용합니다. 예를 들어 '만 18세 이상’이라거나 '자금세탁방지 심사 통과’를 증명할 때, 요건에 부합한다는 암호학적 증명서만 제시할 뿐 주민등록번호나 정확한 생년월일을 온전히 공개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렇다면 이전처럼 Cardano 재단 산하에 머물지 않고 굳이 독립 법인으로 분사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유는 실용적인 비즈니스 환경에 있습니다. 재단은 본질적으로 비영리 조직이며, 학술 백서를 집필하고 오픈소스 기반을 구축하며 개발자들에게 보조금을 지급하는 데 특화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마이크로소프트나 유수의 전통 엔터프라이즈와 경쟁하여 기업용 신원 솔루션 수주를 따내기에는 비영리 조직의 구조가 다소 경직될 수밖에 없습니다. 상업화 단계에서는 유연한 인재 채용, 스톡옵션 부여, 외부 자본 조달, 그리고 신속한 경영 의사결정이 필수적입니다. Veridian의 독립은 이 프로젝트를 냉혹한 실전 상업 시장에 직접 던져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선택이었습니다.

주목할 만한 시도: 자체 지분을 통한 CIP-0113 실전 검증

이번 분사에서 가장 눈여겨볼 대목은 토큰화 방식입니다.

Veridian은 스위스 법인 설립 후 100만 주의 주식을 발행했으며, 이후 Cardano 블록체인을 통해 주식 대부분을 토큰화했습니다. 이는 CIP-0113 표준의 첫 번째 전 과정 실전 적용 사례입니다.

이 표준은 현실 세계의 가장 큰 난제인 법적 규제 준수를 해결합니다.

일반적으로 퍼블릭 체인에서는 개인키만 있으면 누구든 자유롭게 자산을 전송할 수 있고 이를 제3자가 강제로 통제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현실의 기업 주식은 다릅니다. 증권법에 따라 주식 양도는 수신자가 승인 목록(화이트리스트)에 포함되어 있는지, 고객신원확인을 거쳤는지, 보호예수 기간에 묶여 있는지 확인해야 하며, 사법적 판결이 내려졌을 때 자산을 동결하거나 회수할 수 있어야 합니다.

기존 퍼블릭 체인의 토큰은 이처럼 엄격한 법률적 요구조건을 충족하기 어려웠지만, CIP-0113은 이러한 규제 규칙들을 스마트 컨트랙트에 직접 프로그래밍할 수 있도록 지원합니다:

  1. 규제 준수 승인 목록 전송: 규제 심사를 거치지 않은 주소는 해당 토큰을 수신할 수 없습니다.

  2. 사법 집행 및 권리 추급 지원: 법원 판결이나 법적 동결 조치가 발생할 경우, 온체인 자산과 현실 법률 절차를 합법적으로 일치시킬 수 있는 구조를 제공합니다.

이는 전통 금융권과 규제 당국에 확신을 심어주는 행보입니다. 퍼블릭 체인이 규제 없는 가상 자산을 발행하는 공간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스위스 회사법을 준수하며 법적 효력을 갖춘 ‘디지털 주주명부’ 역할을 온전히 수행할 수 있음을 증명했기 때문입니다.

Cardano 생태계에 주는 시사점

이번 사례가 단순한 '단일 법인의 분사’에 그쳤다면 파급력은 제한적이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 사건이 던지는 메시지는 명확합니다:

첫째, Cardano가 '상아탑’을 벗어나고 있습니다. 과거 외부에서는 생태계가 학구적인 이론에만 치우쳐 수익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을 종종 제기했습니다. Veridian은 매우 실용적인 상업적 시도로서, 생태계 내부에서 육성된 기술이 독립적으로 주류 비즈니스 시장에 진출할 역량을 갖추었음을 입증했습니다.

둘째, 실물 자산 토큰화의 기준점을 제시했습니다. 업계 전반에서 실물 자산 토큰화를 외치고 있지만 대다수는 미국 국채를 래핑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습니다. 반면 Veridian은 정식 유럽 규제 준수 법인의 실제 지분, 의결권, 수익권을 Cardano의 새 표준을 통해 온체인으로 직접 구현해 냈습니다. 향후 부동산, 펀드, 사모펀드 지분을 토큰화하려는 프로젝트들에게 실질적인 청사진을 제공한 셈입니다.

결국 Web3는 소규모 커뮤니티 내부의 투기나 에어드롭 중심의 내러티브에 영원히 머물 수 없습니다. 탄탄한 기술 기반을 구축하고, 현실 세계의 법률 및 상업 체계에 당당히 융합하여 실질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것, 이것이 바로 이번 Cardano의 행보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본질입니다.